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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생 "라쇼몽" 영화 리뷰, 사실과 진실에 대한 이해.

내 맘대로 영화 리뷰, 영사생

by borntobe 2023. 8. 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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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를 통한 사소한 생각. "영사생" 시작합니다.

 

하나의 사실(Fact)에 대한 여러 가지 진실(True)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없다. 다만 진실을 사실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

혼잡한 퇴근길. 'A'라는 남자는 에어팟을 끼고 오늘 회사에서 저지른 일을 후회하며 앞을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생각이 깊어진 그때 마주 오는 여자 와 부딪히게 되었다. 부딪힌 'A'는 간단한 목례 후 수 많은 인파들 사이로 사라졌다.

 

'B'라는 여자는 오랜만에 핸드폰을 바꿨다. 마음에 드는 케이스를 사기 위해 퇴근길을 헤쳐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부터 인상 쓰는 남자가 나를 향해 오는 것을 느꼈다. 피해 가려 했지만, 많은 인파로 그러지 못했다. 남자와 마주하는 순간, 직감은 맞았다. 그 남자와 부딪혀 핸드폰을 떨어트리게 된 것이었다. 설마 하고 핸드폰을 집어 든 순간, 망가진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재빨리 남자를 찾았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사실은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주관적인 의미가 덧대어져 있지 않은 정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진실은 이러한 사건에 각자의 입장이 덧대어져, 정보와 이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사실이란 무엇일까? 남자 A와 여자 B가 부딪혀, 핸드폰이 고장이 난 것이다. 남자 A의 진실은 혼잡한 퇴근길에 잡생각을 하다 잠깐 어떤 사람과 부딪혔고, 으레 하듯이 사과하고 갈 길을 간 것이다. 여자 B의 진실은 새로 핸드폰을 사게 된 날, 멀리서부터 작정하고 온 남자 때문에 핸드폰이 부서진 것이다.

 

여자의 입장으로 사실 본다면 남자의 잘못이며, 배상을 받으려 할 것이다. 남자의 입장으로 본다면 배상의 의무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둘 중 누구에게도 '당신이 잘못 생각했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수많은 진실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는 자신의 진실을 사실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념을 영화를 매개체로 표현한 작품이 라쇼몽이다. 어떠한 사건에 대해 상반된 주장이 난립한다. 하지만 각각의 주장에는 진실성이 있으며,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떠한 사건의 상대방의 태도에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을 떠올리며 보면 좋을 영화다.

라쇼몽 포스터 1950

영화 학도들의 필수 영화 라쇼묭 줄거리

 고전 중의 고전. 1950년대 작품으로 흑백영화로 영화학도거나 관심이 꽤나 있는 분들이라면 알만한 영화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하나에 사실에 대한 다양한 진실을 다룬 작품. 일본 영화로 명작의 반열에 오른 거의 완벽한 영화다. 오래된 영화로 비록 미장센이나, 화질 트렌디함은 없지만 내용적으로는 충분히 명작에 가까운 영화다. 더군다나 1950년대에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잘 만든 작품이 아닐까.

 

비 오는 날 반쯤 부서진 건물 아래에서 비를 피하던 3명의 남자가 있었다. 승려, 나무꾼, 하인.  살인사건에 개입되었던 이야기를 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관아에서의 증언>

나무꾼의 증언 1 : 얼마 전 산속을 가다 사무라이의 시체를 보았다. 여자(사무라이의)는 보이지 않았으며, 여자와 사무라이의 모자만 있었다.
승려의 증언 : 산속을 가다 사무라이와 말을 타고 가는 여성을 보았다.
도적을 잡은 목격자의 증언 : 도적이 물가에 쓰러져 있었으며, 사무라이의 활과 화살, 말과 함께였다.
도적의 증언 : 지나가다 우연히 사무라이와 여자를 보았고 여자를 빼앗을 생각이었다. 보물이 있다며 사무라이를 먼저 꾀어내어 포박하였다. 여자도 꾀어내기 위해 사무라이가 뱀에 물렸다며 같은 장소로 꾀어내었다. 마침 여자의 모자가 벗겨지자, 성욕을 참지 못하여 그 자리에서 여자를 범하였다. 그러자 여자는 살아남은 사람과 함께 하겠다며, 포박된 사무라이를 풀어주며 나와 싸우게 하였다. 사투 끝에 사무라이를 죽였으나 그사이 여자는 도망가고 말았다. 
여자(죽은 사무라이의 아내)의 증언 : 도적에게 당한 후 도적은 달아나고 만다. 그러나 사무라이는 계속해서 싸늘하게 여자를 노려보았다. 여자는 수치심에 자신의 단도를 꺼내 죽여달라고 했으나 이내 혼절하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사무라이의 가슴에는 단도가 꽂혀있었다. 이내 계곡에서 자살하려 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였다.
죽은 사무라이의 증언(무당을 통해) : 도적은 여자를 겁탈하자, 여자는 도적을 꾀어내기 시작했다. 사무라이를 죽이고 같이 떠자나는 것이었다. 도적은 괘씸하여 여자를 밀어내고 사무라이에게 여자를 죽일지 살릴지 선택하게 한다. 하지만 사무라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여자는 이내 도망치고 만다. 그러자 되려 도적은 사무라이를 풀어주게 된다. 자신을 풀어주자 도적에 대한 용서, 자괴감 등을 감내하지 못하고 여자의 단도로 자결을 한다. 

이렇듯 하나의 사건에 성립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주장들이 제시된다. 사무라이의 죽음, 여자가 당한 화 정도는 사실로서 인지할 수 있지만 그러한 상황이 어떻게 해서 발생했는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결국 부서진 건물로 돌아와 나무꾼은 자신이 진실을 안다며 다시 한 번 증언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부서진 건물에서의 증언>

나무꾼의 증언 2 : 도적은 여자를 범했고, 여자에게 자신과 함께 하자고 회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자는 "여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며 사무라이를 풀어주게 된다. 도적은 이것을 결투를 통해 여자를 차지하라고 알아듣게 된다. 하지만 사무라이는 되려 화를 당한 여자를 나무라며 버리게 된다. 두 남자에게 버림받을 위기에 처하자 여자는 둘을 남자도 아니라며 도발한다. 도발에 걸려든 두 남자는 결투를 하다 결국 사무라이가 죽게 된 것이다. 도적은 승리 후 여자를 데려가려 하자, 여자는 지친 도적을 뿌리치고 도망가게 되었다.

라고 진술을 한다. 흐름상 나무꾼의 마지막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미 관아에서 거짓을 증언했었으며,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없는 사건이 또 발생한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건물 어딘가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자 셋(승려, 나무꾼, 하인)은 아이를 찾게 된다. 아이는 고급 비단에 쌓여 있었는데 하인은 그 비단을 가져가려 한다. 그러자 나무꾼은 하인을 나무라게 된다. 그러자 하인이 하는 말은 

"모든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그 비싼 단도는 나무꾼이 가져갔다. 그러면서 난 이것이 안 되는 것이냐"라고 하자 나무꾼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며 비단을 내어주게 된다.

라쇼몽 줄거리, 1950

결국, 진실은 사실을 보는 각자의 색안경

 

예전에 한 여행 프로그램이 있었다. 개그맨 이용진을 비롯하여 동남아로 저렴하게 여행을 떠나며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프로그램이다. 그중 식사를 하는 에피소드에서 이용진이 한마디 한다.

'여기 음식은 왜 이렇게 다 노랗니?'

 

그러자 주변 출연자들은 전부 '빵' 터진다. 바로 이용진이 노란색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것이었다. 이용진은 아침에 출발할 때부터 선글라스를 벗고 있지 않았으니, 쓰고 있는지조차 망각했던 것이다.

 

사실을 바라보는 진실에 대한 시야는 이와 같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색안경을 쓰고 있고, 각자만의 시력으로 보는 것을 해석한다. 애석하게도 이 안경은 태어날 때부터 쓰여있었다. 이미 우리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가 색안경을 쓰고 있고, 무언가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한 번 더 생각하려 한다면. 우리의 색안경은 점점 옅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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