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를 통한 사소한 생각. "영사생" 시작합니다.
너무 강렬한 자극은 진실을 왜곡시킨다.
마녀사냥은 과거 중세 시대의 여러 사건들을 통해 생겨난 단어다. 하지만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 같이 마녀사냥을 보고 겪는다. '연예인 A가 그랬다더라', 'B 음식점 사장님이 저랬다더라', '유튜버 C의 남다른 사생활' 등 단편적인 정보들로 본인들이 생각한 비정상적인 행동에 분노하고 표현한다. 이러한 현상은 대상자가 사회적인 통념에 벗어난 정도가 심한 만큼 행위 또한 강해진다.
영화 더 헌트는 작은 시골 마을로 간 루카스(매즈 미켈슨)가 친구의 딸 사이에서 생긴 성추문에 비롯된 이야기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온 마을 사람이 루카스를 오해하며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려 한다. 아이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라는 고정관념과 평화로운 마을에서의 강렬한 자극인 어린아이 성추문은 마을 사람들을 평정심에 들 수 없게 만들었을 것이다.
집단이라고 하여 단순히 더 뛰어난 지능과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다는 것. 어떠한 강렬한 자극에 비이성적인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어느 마을의 유치원 교사인 루카스는(매즈 미켈슨)은 아이들 사랑하며 애정으로 교육해 왔다. 어릴 적 한 번쯤은 선생님을 흠모해 왔던 기억이 있던 것처럼 한 아이(클라라)가 루카스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클라라는 루카스의 친한 친구(테오)의 딸이다. 클라라에겐 한창 사춘기인 오빠(토스튼)가 있었는데, 오빠는 친구들과 보던 음란물을 클라라에게 보여주게 된다. 클라라는 정확히 어떤 것인지 인지는 할 수 없지만, 남자의 그것이 막대기 같다는 것은 알게 되며 혼란스러워한다.
한편 클라라는 점점 더 루카스에게 애정이 깃든 장난을 치게 된다. 어느 날은 갑자기 키스를 하고 선을 넘는 행동을 한다. 이에 루카스는 클라라를 제지하고 훈육한다. 이 일을 계기로 기분이 상한 클라라는 유치원 원장에게 루카스를 흉보기 시작한다. 처음엔 단순히 투정으로 치부한 원장이었지만 다음 말을 듣고 심각하게 생각한다.
'루카스 선생님이 싫어요. 선생님 고추는 막대기처럼 뻗어 있었어요.'
클라라의 정확한 묘사에 원장은 루카스를 불러 진위를 확인한다. 루카스는 결백을 진술하지만, 원장과 다른 선생은 아이들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며 점점 루카스에게 혐의를 씌우기 시작한다. 이렇게 한 아이의 거짓말로 시작된 루카스의 범죄사실은 작은 마을에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특히나 친한 친구이자, 클라라의 아버지인 테오도 루카스를 의심하고 비난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갈수록 의심과 비난은 확증과 폭력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루카스에겐 폭력도, 사적 제제도 당연해진다. 루카스는 끝까지 결백하다 항변하지만, 결국 아이의 상상력과 증언으로만 성립된 범죄는 증언으로 혐의를 벗어나게 된다.
루카스 선생님의 집 지하실에서 그랬어요.
여러 어른의 압박에 의해 아무 말이나 내뱉던 클라라와 다른 아이들은 범죄 장소를 루카스의 지하실이라고 증언하게 되었다. 하지만 루카스의 집에는 지하실이 없었다. 모든 아이들이 동일하게 증언하던 지하실이 없자, 그제서야 루카스는 혐의를 벗게 된다. 이에 기쁨을 만끽한 루카스는 집을 나와 사회생활을 이어가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은 따갑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서로 웃고 떠들 수 있게 되었지만 그들의 미소 속에는 불편함이 남아있다. 많은 생각이 든 루카스는 사람을 피해 밖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누군가 루카스 바로 옆에 있던 나무에 총을 쏜다. 총을 쏜 방향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으며, 루카스는 체념한듯 고개를 떨군다.
우리는 어떨 때 카타르시스를 느낄까? 카타르시스를 느끼려면 화학적 반응인 도파민이 나와야 한다. 이 도파민이 나오려면 결국 욕구를 해소했을 때다. '배가 아프다', '배가 고프다', '잠을 자고 싶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결국은 하고 싶다(욕구)를 해소했을 때 도파민이 나오며, 욕구가 강할수록 도파민도 강하게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큰 자극이라고 해봤자 음주, 여행, 사랑, 크고 작은 이벤트 등이다. 이런 지루한 일상에 천인공노할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이 벌어진 순간, 실체의 유무를 떠나 우리는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순간은 사막에서 며칠간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상태에서 저 멀리 어디선가 오아시스를 보는 반응과 비슷하다. 오아시스가 진짜인지 허상인지 모르지만, 일단 순간의 강렬한 이끌림에 의해 미친 듯이 향해간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아지랑이를 잘못 본 것이지만, '모르겠고, 나는 거기에 오아시스가 있어야 한다'라는 욕구와 욕망에 처절한 노예가 되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사랑만 줘도 모자란 아이를 성폭행한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치원 교사'
이 문장을 듣는 순간 우리는 사막 위의 목마른 여행자와 같아진다. '우리 같은 도덕적인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올바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선민의식에 빠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자극적인 워딩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확증 편향이 된다. '그래서 유치원 교사를 했나 봐', '어쩐지 클라라한테 유독 잘해주더라', '그래서 이혼한 거였어?' 상대방의 의견과는 상관 없이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린다. (혹자는 이런 마녀사냥의 원인을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라고 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는 이런 자기애적인 확증편향과 욕망(유희), 집단적인 시너지로 발생하는 광기에 이르러 정상적인 발생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통할 수가 없다.)
사건에 대한 확증편향은 중독 증상과 유사하다. 중독은 도파민의 맛에 빠진 뇌를 절제하지 못하고 후회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파민은 언제 가장 많이 나오는지 아는가? 욕구를 달성했을 때보다 달성하기 직전 가장 많은 도파민이 나온다. 그렇기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현자 타임, 욕구 해결 후의 허망함, 후회는 결과를 달성했을 때 나타난다.
이처럼 우리는 사건을 더욱 극단적으로 만들어 간다. 극단적인 자극적일수록 더 강한 도파민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사건과 상관없는 이야기는 '그 사람'이기에 더욱 악랄한 짓으로 변하고, 더 악랄해진 '그 사람'은 더 자극적인 주제가 되어간다. 그렇게 한껏 흥분한 대중을 위한 '하나의 장난감이 된다.'
물론 명백한 잘못과 죄는 공론화하여 사회 스스로 자정하는 작용은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이런 자정작용을 하는 우리가 과연 진실하고 기울어짐 없이 판결 내리고 있진 않은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수 많은 사건에 떠들어대고 댓글을 쓴다면, 손을 얹고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지인들과, 혹은 같은 생각을 내비치는 인터넷상 댓글들을 보며 '맞아! 내 생각이 이런거 였어!'라며 순간의 쾌락을 느끼진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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